영어 1강 시대, 일본어는 살아남을 것인가?
post date : 2017.08.07
영어 1강 시대, 일본어는 살아남을 것인가?
≪중앙공론 8월호≫
■ 미즈무라 미나에
“언어 식민지화에 일본만큼 자각이 없는 나라는 없다”
작가인 미즈무라 미나에(水村美苗) 씨는 중앙공론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영어 패권’이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만큼 “언어 식민지화”에 대해 자각이 없는 나라는 없다고 경종을 울렸다. 미즈무라 씨는 2008년에 ‘일본어가 붕괴될 때’라는 책을 출판하고, 일본어가 미래에 “국어”의 지위에서 전락하여 ‘영어의 세기’에 있어서 하나의 “현지어”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즈무라 씨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일본어에 대하여 “비서양권에서 이렇게까지 기능을 하고 있는 언어를 국어로 가지고 있는 나라는 드물다”고 하면서도 “자국어가 식민지화를 모면하게 된 것에 일본만큼 자각이 없는 나라도, 자국어가 붕괴되는 것에 위기감을 가지지 못하는 나라도 드물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미즈무라 씨는 자국의 언어는 국가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하고 천 년 이상 전에 현지어(일본어)로 ‘겐지모노가타리(일본 고전문학)’가 쓰여진 예는 세계사 속에서도 드문 경우이며, 현재의 국가 정책과 국민들 속에 “문학 유산의 계승에 중점을 두는” 사고방식이 있어야 한다고 논했다.
또한 일본어와 영어의 바이링걸인 미즈무라 씨는 보편적 언어인 “영어”에 대해서 “다양한 역사적 우연이 겹치면서 보편적 언어로서 유통되게 된 언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의 탄생과 영국의 EU 탈퇴로 인해 “영어권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고 하고, “(영어를) 보편적 언어로 만든 조건 자체가 과거형이 되어 버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한편 최근 일본인의 “영어능력”에 대해 “별로 향상되지 못했다”고 보는 미즈무라 씨는 “세계를 향해서 언어의 힘으로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이 육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두려워할 만한 일”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 우노 시게키×아이다 히로쓰구 “‘포스트 진실’ 시대의 언어와 정치”
도쿄대학의 우노 시게키(宇野重規) 교수는 중앙공론의 아오야마가쿠인대학 아이다 히로쓰구(会田弘継) 교수와의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대해 “대립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잘라내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도 지적했다. 우노 씨는 “근대국가는 국어에 의해 성립되었다”고 하면서 전세계에 퍼지고 있는 ‘영어화’의 흐름 속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언어, 모두의 일체성을 확인하는 언어가 거짓스러워졌다”고 말한다. 이러한 거짓스러움이 증폭되는 언어의 혼란은 문화적인 단절과 가치관의 분단을 가져올 수 있다. 우노 씨는 “일본어에도 분단의 위기가 다가와 있다”는 인식에 서 있으며, “일본이 과거 150년에 걸쳐서 쌓아 올린 일본어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아이다 씨는 경제 글로벌화 속에서 영어에 대한 압박감은 피해가기 어려우며 일본사회에 계층화와 분단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문화적으로 하나의 국어 속에서 분열되지 않는 모습은 보편화라 할 만하지 않은가”라며 일본어의 장점을 언급했다. 또한 “일본은 국가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외국어와 치열한 경쟁을 해 왔으며 훌륭하게 균형을 잡으면서 한어(漢語 중국유래의 말)로 국제적인 정치를 실시하고 야마토 고토바(일본 고유어)로 문화를 성숙시켜 왔다. 이러한 지혜 안에 우리가 앞으로 영어와 세계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힌트가 있는 것 같다”고 시사했다. 그리고 “일본의 정치에는 메이지시대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한어가 상당히 많아 설득력 있고 힘찬 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개인적인 세계의 언어인 일본 고유어가 범람하여 긴장감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다 씨는 “일본어가 보편어화되는 것은 어렵겠지만, 일본어로 좋은 정치나 사회를 만들어 그 보편성을 세계에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논했다.
■ 스미타 에이이치로 “자동번역이 열어가는 미래 :영어 공부 안 해도 되는 시대가 온다?”
정보통신연구기구(NICT) 연구원인 스미타 에이이치로(隅田英一郎) 씨는 중앙공론
의 인터뷰에서 외국어 자동번역에 대해 약 60년 전의 제 1세대인 “규칙기반 번역” (RBMT), 1988년에 개발된 제 2세대 “통계 번역” (SMT)을 거쳐, 거의 5년 전부터 제3세대 “뉴럴 번역” (NMT)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뉴럴 번역은 빅데이터와 심층학습(딥러닝)을 조합시킨 것으로 “AI(인공지능)의 전형”이라고 한다. 단 원문의 내용이 쏙 빠져버려 번역이 다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결점이 있다.
스미타 씨에 의하면 자동번역은 “다언어 번역에 강하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영어와 같은 ‘세계어’라는 개념은 향후 희박해지고, 자동번역을 활용하면 “아시아 사람들끼리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예측한다. 또한 스미타 씨는 현재 초등학교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일본의 영어학습에 대해 “자동번역기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의미로 보면 필요성이 없을 것이다. 다만, 이문화 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자동번역 기술에는 외국인여행자 스마트폰용 다언어음성번역시스템「VoiceTra」와 특허청과 NICT가 공동개발한 특허시스템이 있으며,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예작품의 자동번역에 대해서는 “평균적인 것, 진부한 것이라면 기계가 잘 한다. 그러나 예술은 평균치에서 벗어나서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므로 기계는 영원히 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확실히 말했다.
■ 미카미 요시키 “데이터가 보여주는 세계 속의 일본어”
나가오카 기술과학대학 교수인 미카미 요시키(三上喜貴) 씨는 세계의 언어상황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영어의 세기”이기는 하지만 세계의 대언어를 화자(話者)수로 보면 중국어, 스페인어, 영어, 아라비아어, 힌디어, 포루투갈어, 러시아어, 일본어 등 15개의 언어가 세계인구의 60%에 가까운 “약 40억 명”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15개의 언어를 공용어로 하는 국가는 중복을 제외하면 148개국으로 전세계의 4분의 3을 커버한다고 지적한다. 일본어에 대해서는 “인구감소로 인해 화자수 상위15권에서 제외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한 미카미 씨는, 외국어로 번역되어 있는 일본어 도서의 수는 전세계 8위이며 “번역된 언어 중에 가장 많은 것이 프랑스어이며 그 뒤를 중국어, 영어, 독일어, 한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가 잇고 있다”고 소개한다. 또한 다언어 발신은 중국국제방송CRI가 61개국어(라디오 방송)로 가장 많으며, VOA(보이스 오브 아메리카)가 42개국어로 그 뒤를 잇고 있는데, 일본의 NHK국제방송은 18개국어로 “커버하는 언어가 적다”고 지적했다.
*이 페이지는 공익재단법인 포린 ・프레스센터가 독자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정부 및 기타 단체의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