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외무장관 에피소드/ 트럼프 현상과 일미관계
post date : 2016.05.26
■ 총리・외무장관 에피소드
・아베 요코(安倍洋子) “신조는 ‘숙명적인 사람’입니다” ≪문예춘추≫ 6월호
아베신조 총리의 모친인 아베 요코(安倍洋子) 씨는 문예춘추 롱 인터뷰에서 요코 씨의 부친이자 아베 총리의 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총리, 남편이자 아베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郎) 전 외무장관, 그리고 현 총리인 차남에 대해 세계대전 이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친 정치의 뒷무대를 이야기했다. 요코 씨는 아베 총리가 두 번째로 정권의 자리에 오른 이후 취재에 응하지 않았으나, 올해 신타로 씨 사후 25주년을 맞이하여 귀중한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또한 요코 씨는 “언론의 인터뷰에 응하는 마지막 기회로 삼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한다. (Photo: Abaca/AFLO)
요코 씨는 아베 총리에 대해 “정책은 할아버지를 닮았고 정국은 아버지를 닮았다”고 보고 있다. “정책은 할아버지를 닮았다”는 것은 기시 전 총리가 1960년 일미안보조약 개정에 총리의 자리를 건 것과 마찬가지로 아베 총리가 안보법제의 성립에 힘을 쏟은 것을 가리킨다. “55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려고 하는 신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숙명과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작년 안보 관련 법안의 심의가 최종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의 아베 총리는 “왠지 말수가 적어졌다”고 하면서 기시 전 총리도 심각한 안보투쟁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꼈던 당시에는 “말수도 적고 눈빛도 심각했으며 얼국색도 거무죽죽하게 바뀌었다”고 회상한다.
또한 아베 총리가 지향하는 헌법개정은 기시 전 총리의 염원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요코 씨는 “제 자신도 헌법은 개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대가 이렇게 변한 만큼 지금 시대에 맞는 헌법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라고 확실히 말했다.
한편 “정국은 아버지를 닮았다”는 것은 권력 투쟁에 있어서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난국에 처해 온 경위를 의미한다. 신타로 씨는 1987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꼽히면서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당시 총리의 중재로 총리의 자리를 놓쳤으며, 또한 외무장관 시절의 ‘포스트 다케시타(竹下)’의 후계자 쟁탈전 속에서 췌장암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쓰러졌다. 아베 총리도 1기째인 2007년 9월 특정 질환으로 지정되어 있는 ‘궤양성 대장염’으로 정권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신타로 씨와 아베 총리는 “한 번 한 말에 대해서는 좀처럼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는 완고한 부분”과 “표면상으로는 강하고 엄격한 말을 해도 속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점”이 닮았다고 한다.
“‘정계의 대모’”라고도 불리는 요코 씨는 “저는 국정에 관여하는 사람을 진출시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버리더라도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것에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지금도 선거가 다가오면 선거구에 신경이 쓰인다고 하면서 여름에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에 대하여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를 한 날에 동시 선거로 할 수도 있는가?’”라고 아베 총리에게 물어봤더니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에피소드도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오바마 히로시마 방문에 기대” ≪문예춘추≫6월호
오바마 미 대통령이 G7 정상회담 후인 5월27일 피폭지 히로시마를 처음으로 방문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은 문예춘추 6월호에서 이번 역사적 방문 실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이 케리 미 국무장관이었음을 밝혔다. 4월 중순에 히로시마에서 G7외무장관 회담이 열렸는데 외무장관 전원이 원폭 희생자 위령탑에 헌화를 한 직후, 케리 장관이 기시다 외무장관에게 예정에도 없었던 원폭돔 방문을 갑자기 제안했다고 한다.
기시다 외무장관은 케리 장관이 원폭돔 방문에 앞서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에서 방명록에 기장한 메시지를 소개하고 있다. 방명록에는 “…전쟁은 최종적인 수단이어야 하며 첫 번째 선택지여서는 안 됩니다. 이곳 자료관에서는 모두가, 세상을 바꾸고 평화를 찾아 전 세계의 사람들이 열망하고 있는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게 됩니다”라고 적었다고 하면서 기시다 외무장관은 “이러한 생각이 그 직후의 ‘원폭돔에 가고 싶다’라는 제안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트럼프 현상과 일미관계
차기 미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부동산왕 도널드 트럼프 씨가 일찌감치 확정되었다. 일미안보체제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과 ‘엔저’ 비난 등 일본 국내에서 트럼프 후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사잡지들은 ‘트럼프 현상’의 배경과 분석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미국 내에서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향후의 일미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사쿠라이 요시코 “국방 최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과 기개를 품어라” ≪정론≫ 6월호
평론가인 사쿠라이 요시코(櫻井よしこ) 씨는 일미동맹과 일미안보체제를 격렬하게 비판하는 트럼프 후보에 대해 강력하게 반론을 하는 한편, 이 현상이 일본의 안전보장 논의에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후보는 일미안보조약에 대하여 “‘편무적인 조약으로 미국은 거대한 자금을 일본 방위에 지출할 여유가 없다’”고 하면서 일본에서 미군 철수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쿠라이 씨는 “트럼프 씨의 인식은 80년대의 일본관에 의거한 낡은 사고” 와 “‘안보 무임승차 논리’라는 이미지로 일본을 비난하고 있습니다”라고 비판한다.
한편 사쿠라이 씨는 트럼프 현상이 일미 쌍방에 미치는 영향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지가 트럼프 발언에 반론하는 형태로 “‘일본은 이와쿠니(岩国)의 미 해병대 항공기지의 필요 경비 약 50억 달러 중 94%를 부담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헌법 해석을 변경하여 집단적 자위권의 한정적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법률의 시행에 길을 텄다’”고 사설에서 보도한 것이다. 사쿠라이 씨는 “이러한 일본의 노력을 미 언론이 게재하는 일은 지금까지는 없었다”, “일본이 미국을 필요로 하듯이 미국 또한 일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요?”라고 평가했다.
사쿠라이 씨는 일본 국내의 안보 논의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도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의의는 언제까지나 국방을 미국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헌법을 개정해서 일본은 일본 사람의 손으로 지켜야 한다는 자각을 촉구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일 겁니다”라고 트럼프 현상의 역설적인 효용을 들었다.
・미우라 루리, 우시오 마사토 “트럼프 선풍이라는 초강대국의 쇠퇴 현상, 일본에 남겨진 길은 핵무장밖에 없는가” ≪정론≫ 6월호
도쿄대 강사이며 국제정치학자인 미우라 루리(三浦瑠麗) 씨는 트럼프 씨의 ‘미군 철수’ 발언이 지금까지 “‘기지의 부담’”을 호소해 온 일본 국내의 중도좌파의 안보 논의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도좌파 내에 “트럼프 현상에 의해 ‘역시 미군이 지켜줬으면 좋겠다’ ‘지켜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확실히 생겨나고 있다”고 하면서 일미동맹과 자국 방위력의 현실적인 역할 분담을 주장해 온 중도우파의 생각과 비슷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핵무장에 반대하는 좌파세력에 대해서도 “최종적으로는 핵무장을 부정하기 위해 미군이 수호해 줄 필요가 있다는 단계로 정착될 것이라 본다”는 전망을 피력했다.
또한 트럼프 씨는 일한 양국에 대한 ‘핵무장 용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는데, 미우라 씨는 동일본대지진 후에 드러난 원자력발전소의 부실한 관리와 전략적 매니지먼트에 약한 일본의 관료주의・부처 간 칸막이 행정을 지적하고,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할 만한 능력이 있는 나라라고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은 독자적인 노선의 핵무장은 무리일 것이다”라는 인식을 표명했다. 동아시아의 국제 정세에 입각해서 보면 일본의 핵무장은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후나바시 요이치 “트럼프와 일미동맹” ≪문예춘추≫ 5월호
평론가이자 국제 저널리스트인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씨는 트럼프 발언에 대해 1980년대의 일본 ‘무임승차’론과 일본 이질론을 상기시킨다고 하면서 트럼프 현상은 “대중의 엘리트에 대한 증오에 가까운 불신감이다. 그들은 부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무능하다. (중략) 우리들을 루저로 보고 바보 취급하고 있다. 이러한 상실감과 소외감을 내포한 파괴적 행동이다. 과거의 확실한 미국을 되찾고 싶다는 상실한 지위에 대한 회복 욕망이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트럼프 현상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협조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미국 내의 정치 기반을 공동화시킬 우려가 높다”고 하고 일미동맹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후나바시 씨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한다 하더라도 트럼프 현상의 영향이 남아 “미국의 리밸런스 정책과 TPP통상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나카니시 테루마사 “세계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미국” ≪Voice≫ 6월호
교토대 교수인 나카니시 테루마사(中西輝政) 씨는 트럼프 후보가 이단 취급을 받으면서도 과거 50년 이상에 걸친 미국의 대외 관여의 역사를 부정하는 ‘고립주의’의 입장에 서 있는 것에 대해 “완전히 미국 민주주의의 이념과 합치된다”고 논하고 있다. 또한 나카니시 씨는 “해외의 분쟁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라는 대외 불개입주의야말로 건국에서부터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주류적인 사상이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망언적인 언사로 보이는 트럼프 발언이 던지는 파문은 “생각보다 무거운 것이다”라고 했다.
*이 페이지는 공익재단법인 포린 ・프레스센터가 독자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정부 및 기타 단체의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